
요즘은 칡을 일부러 캐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칡의 사용처가 사라졌기 때문인데, 신경 안 쓰고 그냥 두면 온통 칡넝쿨이 점령해서, 나무를 타고 오르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고, 덤불을 덮으면 한해만 지나면 칡넝쿨만 남는다.
넝쿨을 걷어서 가축을 주거나, 농사용기를 만들고 할때는 칡을 구경하기 어려웠다고 하는데, 요즘은 맘 놓고 자라서 무법자가 되었다.
칡이 자람으로써 주변의 밭이나, 산소에도 피해를 준다. 산돼지란 놈이 칡을 캐 먹으려고 온통 뒤집어 버리기 때문에, 수시로 뿌리 죽이는 약으로 죽이는데, 땅에 살짝 기대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 칡은 어릴 적 추억이 있는 친구 같은 존재인데, 천덕꾸러기에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칡은 암칡, 수칡이 따로 있는데, 암칡은 껍질이 얇고, 밝은색을 가지고 있다. 한 입 씹으면, 갈분가루가 뽁뽁 빠져나오는 재미가 좋았는데, 볼록하게 씹기도 어려울 정도로 입에 넣고는, 서로 쳐다보면서 낄낄거리곤 했었다. 갈분을 뽑아내는 것도 암칡이라고 한다. 수칡은 맛이 강하지만, 갈분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캐 먹지 않았다.
한나절은 넘게 한 뿌리를 캐 놓고는, 나누기를 하는데 나이 많은 순으로 나누다가, 그다음은 대장이 맘에 드는 순으로 나눈다. 그러다 보면 맛없는 부분은 대장한테 찍힌 놈한테 간다. 그래도 대장의 은혜를 무조건 받을 수 있는, 어린아이들은 씹기 편하고 갈분이 많이 나는 부분을 때어 줬던 기억이 있다.
어쩌다 옛 생각에 칡을 캐내다 말고 한입 먹어 보면, 그때의 맛이 나지 않는다. 입맛이 변했는지, 먹을거리가 풍부해져서 그런지, 조카 녀석들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칡냉면 한그릇 먹으면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꿀벌의 마지막 밀원 칡꽃
칡이 완전 애물단지만은 아니다. 칡꽃은 겨우살이 준비하는 꿀벌에겐 대량의 꿀을 모을 수 있는 마지막 밀원이다. 칡꽃이 지고 나면, 야생화, 약초의 꽃이 피긴 하지만, 칡꽃에서 겨울양식을 충분히 모으지 못하면,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토종꿀을 따는 시기는, 장마 전에 따기도 하지만, 칡꽃이 지고 나서 따는 게, 충분히 숙성되었기 때문에 좋은 꿀을 나눌 수 있다. 장마 전에 따면 칡꽃이 남아 있어서 나름 겨우살이 준비가 되지만, 칡꽃이 지고 꿀을 따면, 겨울양식을 충분히 남겨 둬야 한다. 보통 꿀벌 한통이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양은, 5~6L 정도 된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겨울을 난다.(우리 집에서 남겨주는 양)
Posted by arya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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