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문에서, 잘못했습니다(?)고 하고선 겨우 들어갔지만, 천왕문을 지나면서 가벼워진 발걸음은, 대웅전, 각황전을 보면서 웅장함과 화려함에, 감전되듯 온몸을 타고 흐르는 법음을 들은 것 같다.
차례로 참배하고선, 각황전 석등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분이 위에 더 화려한 곳이 있다고 알려주신다. 적멸보궁, 계단을 올라야 해서 힘들다고 가지 않기로 했던 곳인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각황전의 화려함에 눈이 멀어 못 보고 올뻔했다.


연기조사의 지극한 효심이 배어 있는 곳으로 알려진, 사사자 탑이 있는 곳이다. 탑의 사방에서 네 마리의 사자가 탑을 머리로 바치고, 중간에 비구니가 탑을 이고 있는 형상이다. 연기조사의 어머님이라고 한다. 탑의 정면엔 탑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은 체 차를 올리는 모습이 보이는데,연기조사가 어머님께 차 공양을 올리는 모습이란다.



화엄사는 신라 진흥왕 때 인도에서 온 연기조사에 의해서 창건되었다고 알려졌는데, 1979년에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新羅 白紙墨書 大方廣佛華嚴經)'이라는 사경이 발견되면서, 연기조사는 황룡사 출신 승려이며 경덕왕(742~765) 때의 인물이라는 사실이 고증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 자료는 인도에서 온 승려라 소개를 하고 있어서, 무지한 사람으로선 혼란스럽긴 하지만, 중요한 건 화엄사의 위엄은 저절로 고개 숙이게 한다는 것이다.

산문 밖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선, 이제 집에 가자, 내일 산에 가야 한다고 사정을 했는데, 자꾸 산에 가자 그러면 지리산 종주 들어간다며 협박을 하더니, 이왕 3사 순례했는데, 방생까지 해야 구색을 갖춘다면서, 사우나 가서 샤워하고 남원 광한루 앞에 방생을 가자고 한다. 그러면 집에 보내 준단다.
방생하려면 물고기 사야 하잖아 했더니, 한방 쥐어박는다. 알려면 제대로 알라 한다. 요즘은 생태계 파괴하고, 오히려 물고기 죽이는 일이라서, 실제 물고기를 방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식이 뽀록남을 감수하고서, 집에 가야 함을 강조했지만, 자다 말고 실려왔기 때문에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샤워하고선 광한루로 향했다. 거리상으론 얼마 안 되어서 바로였다.
사랑의 무지개다리로 이름 붙여진 다리는 예전엔 분수가 솟았다고 한다. 정부의 에너지절약 정책으로 지금은 분수를 가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야경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제 집에 가나 했지만,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작전에 말린 듯한 느낌은 처음부터 있었지만, 계획되고, 허락된 납치(?)였다는걸 여기서 알게 되었다. 끈적하게 달라붙더니, 방생까지 마쳤으니 술 한잔해야 한다고 한다.
술 마시면 걸어서라도 간다니까. 술을 안 마시는 대신 강진의 다산초당을 가잔다. 평소 가 보고 싶었던 곳이라면서, 선택을 강요한다. 똑똑한 네비에 찍어보니까. 저기 땅끝이다. 멀다고 항변했지만, 통하질 않는다. 결국, 강진 다산초당을 다녀오는 것으로 1박2일의 짧은 여행이 끝났다.
생각지 못한 여행이었지만, 내가 가는 길 확인하고, 의지를 새롭게 각인한 시간이었다. 나태해져서 가는 길 잊고 있었는데, 화엄사에서 느낀 법음에 천리만리 멀어지던 마음을 바로잡았다. 순간순간에 통찰할 수 있기를 소원하면서, 순간순간에 나태해져 감을 알아채지 못함은, 지혜롭지 못한 결과라, 하소연할 때도 없다. 정신 못 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간 친구의 마음을 모르진 않지만, 빛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을 사람이 될지도 몰라, 어쩌면 미워하게 될 것 같은 미안함이 있다. 머리를 깍진 않았지만,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고 있기에, 주변의 사소함은 묻어버린 지 오래다. 새삼 사라진 흔적을 다시 꺼내볼 만큼,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당신 마음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함에 가슴 아프다, 당신도 내 마음 같길 기도하면서, 온 마음으로 사죄한다.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고 싶은, 무지한 사람이라 온전한 마음을 품지 못함을 용서하시고, 부디 이생에 성불하시길 법계의 모든 신령함을 빌어 함께 소원한다.
Posted by arya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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