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변신을 하고 나서는, 오미자가 달린 꼭지부터 천천히 붉은색을 입기 시작한다. 햇빛을 받는 정도, 꽃이 핀 순서, 오미자의 종류, 야생에서 자라던 환경에 따라 익어 가는 순서가 달라진다. 속에서부터 붉게 물들어 가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표면에서부터 물이 드는 놈들도 있다.


사진으로 남기려고 알이 크고 고르게 달린 놈들만 찍어 왔는데, 토종오미자는 포도처럼 송송 알이 달리지 않는다. 드문드문 이빨 빠진 것처럼 달리고, 알의 크기도 다양해서 팥알만 한 것들도 많다. 사진에서처럼 고르게 알이 달리는 놈들은 30% 정도도 안 된다.



오미자가 익은 모습 (작년, 2009)
대부분 이렇게 생겼다. 잘생긴 개량종, 중국산 오미자와 상품 자체만으로는 비교가 안 된다. 이러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 오미자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심어놓은 면적에 비해서 수확량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개량종이라면 지금보다 세배 이상 수확이 되어야 정상이다. 오래전부터 캐내 버리고 개량종으로 바꾸자고 노래를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부터는 오미자 판매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양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 단골로 오시는 분들에게 판매되지만, 값싼 중국산 오미자가 가격으로 밀고 들어와서 작년부터 판매에 어려움이 있다.
가격을 낮춰서 달라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올해는 더 올리려고 한다. 무수히 많은 유혹에도 꿋꿋하게 지켜온 토종오미자를 지키고 싶다. '달라면 그냥은 줘도 가격을 낮추지는 않는다.'라는 것이 아버님의 생각이고, 40년을 오미자를 키워온 고집이기에 지켜 드리고 싶다.
안 팔리면 어찌하느냐고 하면, 식구들 먹고 지인들께 선물로 보내면 된다고 하신다. 우선은 다른 수입원이 있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팔순 노인네의 고집과 자존심을 지켜 드리고 싶다. 일 년 농사지어서 돈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누가 들어도 웃는다.
장마가 끝나고부터는 오미자밭의 풍경이 수시로 달라진다. 그동안은 녹색의 옷을 입어서 보일 듯 말 듯했지만, 붉게 변하면서는 여기저기 숨어 있던 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마치 숨바꼭질하는 것 같다. 장마가 끝날 무렵 발생할 수 있는 흰가루병만 넘기면, 그다음은 신경 안 쓰고 놔둬도 된다.
Posted by aryasu


![CCL - [Attribution : Noncommercial : No Derivative Works]](/plugins/JP_CCL/images/ccl/ico_post_sccl-by-nc-nd.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