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 1km 정도가 되는데, 일일이 힘으로 밀어서 치워야 한다. 혜택(?)을 받을 만큼의 규모도 아니고, 워낙 협곡이라서 농사를 크게 짓지도 않다 보니, 대체할 장비도 없다.
눈이 오면 마을 어른들의 일과가 눈 치우는 일이다. 아침을 먹고서 치우기 시작하면, 점심때가 지나서 끝이 난다. 눈을 치우는 날은 마을운영비(?)로 점심을 먹는다. 약주가 한 잔씩 들어가고 흥이 나기 시작하면, 어릴 적부터 듣던 소리를 듣게 된다. 아직 그 이야기 속에 섞이거나, 어울릴 정도가 아니라 밥을 먹곤 살짝 빠져나오기도 하지만, 산골사람들의 겨울나기다 보니 그 속에서 오래된 지혜를 볼 때도 있다.
어느 골짜기에 어떤 약 나무가 있고, 어느 능선엔 마을 지킴이 역할을 하는 장소가 있다. 집 뒷산 어디쯤엔 송이가 많이 나고, 앞산 넘어 골짜기엔 말굽버섯이 자란다는 이야기는 이젠 내가 듣고 기억해야 할 것들이다. 내 나이보다 오래된 바위나, 나무의 사정은 이럴 때가 아니면 듣기가 어렵다.
감사한 것은 아직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갈길 헤매는 나를 위해서 틈만 나면 오래된 이야기들을 해 주신다. 젊은 놈이 다시 돌아온 산골이 낯설지 않게 해 주기 위한 마음이다.
갈길 먼 겨울이지만 지금 할 일은 지금 해야만 기다리는 봄이 온다. 이젠 잠에서 깨어나 새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처음을 시작하려 한다.
Posted by arya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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