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네 집은 개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보니, 매번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 그동안 식구가 되었던 놈들은 삽사리, 풍산개, 진돗개, 시추, 아이리시 세터 깜장이 한 놈, 그중 가장 똑똑하면서 성질 까칠하게 굴던 놈은 풍산개다.
삽사리는 첫정을 준 주인을 평생 못 잊는다는 말이 있듯이, 동생에 대한 충성심만 대단했다. 가족들은 그냥 가족일 뿐 충성의 대상은 아니었다. 어른들 말로는 예전의 삽사리는 용맹하고, 짐승들 보면 혼을 내주고 그랬다고 하는데, 요즘 삽사리는 순둥이라서, 주먹만 한 강아지한테도 겁을 먹고는 도망 다니곤 했다. 덩치는 송아지만 한 놈이 주먹만 한 강아지한테 놀라 도망 다니는 걸 보면 속 터진다.
삽사리 키우는 다른 분들에게 물어봐도, 지금 삽사리는 다들 순둥이라고 한다. 하긴 그 덩치에 사납기까지 하면 통제가 안 되긴 한다. 결국, 우리 집에서 못 견디고,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갔다. (아는 스님이 데려갔다.)

풍산개는 특정 한 사람에게 충성하는 게 아니라, 가족들에겐 절대 충성이다. 다른 집 사람들은 알지만, 친하게 지내긴 하지만, 식구가 아니라서 집이 비었을 때 집에 들어오려고 하면 일단 저지부터 한다. 그래도 안되면 으름장을 놓긴 하지만 물진 않았다. 단, 집에 들어왔다가 뭔가를 들고 나가면, 못 나갔다고 한다.
사냥도 잘해서(?), 뭔가를 잡아서 오는 게 아니라, 먼저 보고 쫓아버리고 온다. 산에 데리고 다녀 보면, 어떨 땐 혼자서 멀리 갔다가 오곤 하는데, 그럴 때 따라가 보면 노루가 열심히 도망가는 게 보이곤 했다. 끝까지 쫓아가진 않고 시늉만 하다가 오곤 해서, 아무래도 개가 멍청한 놈 같다고 동생한테 얘기했더니, 풍산개, 진돗개는 영악해서 사냥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주인보다 한발 먼저 가서, 쫓아 버린다고 한다. 동생의 말이라 다 믿지는 않지만, 일단의 정황으론 그런 것 같았다.

아이리시 세터 종인 깜장이, 새로 식구가 된 놈들하고 같은 종인데, 어미가 3일 만에 죽어서 집에 데려다 키운 놈이었다. 사냥개의 습성을 못 버렸는지, 혼자 자랐는데도 성견이 되어선 사냥을 하곤 했다. 풍산개는 쫓아버리는데, 이놈은 끝까지 쫓아서 잡아 왔었다. 영리하고, 활동성 강하고, 순종적이고 풍산개와 비교에서 우열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정이 많이 갔던 놈이다.
애교까지 겸비해서, 무뚝뚝한 풍산개에 비해서 키우는 재미는 있는 놈이었다. 풍산개가 갱상도 남자에 비유한다면, 아이리시 세터는 서울아가씨다.

새로 식구가 된 이놈들의 아빠견은, 옆집 아줌마가 러시아에서 시집오면서 데리고 온 놈이고, 엄마견은 산골 처녀였는데, 순식간에 눈이 맞았다고 한다. 이번이 첫 번째 아가들이라고 하는데, 기대가 크다.
아직 더 배울 것들이 많은데, 주인아저씨가 더 정들면 힘들다면서 젖 떼자마자 데려가라고 한 것이란다. 그래도 둘이라서, 덜 외로운지 밤에 울지는 않는다. 오늘이 삼일째인데, 먹고 자고 만 하더니 제법 마당에 뛰어다니면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고 서로 적응해 가는 것은 기다림을 전제하지만, 설렘과 기대감에 한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백을 준다. 일상화되어 무디어진 감정을 자극하고, 나태해진 느낌을 다듬어서, 얼마간의 시간은 풍성한 꿈을 꾸게 될 것이다.
Posted by arya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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